블로그를 다시 시작하기 까지

일상 2013. 1. 22. 14:56

중학교 3학년때 네이버 블로그를 처음 접했을 때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내 생각, 사고방식, 이야기, 때때로 중학생 다운 직설적이고 오글거리는 포스트 하나하나에도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고 내 글을 퍼가곤 했으니. 몇년 전 '블로그를 다시 해보자!' 라고 마음을 먹고 내 블로그 계정을 4년만에 다시 찾아갔던 적이 있는데, 내 상상과는 달리 말도 안되는 글들이 적혀 있었다. 담배를 피는 사람은 의존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가까이 해선 안된다 (물론 중학교때 이런 말투로 글을 쓰진 않았다) 부터 시작해서 사랑에 대한 심난한 고찰, 그때는 누구나 한번쯤 분노하는 대한민국의 교육방침, 오글거리는 100문100답, 가족 문제까지. 어휴.. 누가 볼까 무서워 300개가 육박하는 그 글들을 미련없이 싹! 다 지워버렸다. 무슨 생각이 폭팔해서 그런 글들을 쉴세 없이 써내려 갔을 수 있었을까?


뭐가 그리 할말이 많았을까 싶어 내 역사를 잠시 살펴보니 난 초등학교 때 시인과 바둑기사를 꿈꾸었고, 중학교 때 파티플래너, 성우, 국악고 진학을 원했고, 고등학교때 우연히 들어간 방송반에서 엔지니어에 대한 열망도 잠깐 생겼지만 뜬금없이 미술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미술에 대한 낮은 재능과 그에 걸맞는 낮은 수능성적을 쿨하게 인정하고 현명하게 포기 한 후 재수를 해서 무려 200점을 올려 들어간 대학의 학과는 심리학이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연극학회에 들어가 연기도 하고, 대본도 쓰고, 부대표가 되어 연출을 돕기도 했다. 그리고 바이럴마케팅에 뛰어들어 소위 말하는 '댓글알바'도 해봤고, 미국어학연수에 가서는 힌두교 사원에서 무려 5개월을 살았다. 이렇게 정신없는 삶을 잘도 살아왔구나 생각도 들고 이렇게나 남들과 다른 걸 추구했으니 할말은 정말 많았겠구나 싶기도 하더라.


단순히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 시작했던 독특한 길들이 나에게 차곡차곡 쌓여 있지만 나는 그게 뭔지 알 길이 없어 그 덩어리를 정리하고자 블로그를 시작하려고 한다. 나는 트위터도 하고 있고, 페이스북 뿐만 아니라 싸이월드도 아직 하고 있다. 각자의 목적성이 다 있기에 통합할 생각은 없지만 다 할 수 있을까..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그리고 하고 싶은얘기가 통합이 힘들어 특성 컨셉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진짜 정신산만.. 시간이 갈 수록 지워지는 게시판이 있을것 같다. 일단 시작했으니 난 이제 모르겠다


* 블로그 이름의 의미

'Be good, Do good'은 내가 미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시절 지냈던 힌두교사원에서 배웠던 찬가의 가사 중 일부이다. 

정확히는 'Be good, do good, be kind, be compassionate'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 되고, 올바른 행동과 이타적인 삶을 강조했던 사원생활에 정말 걸맞는 대사이다 싶어 사실 6개월 전에 이 가사를 보자마자 블로그의 이름으로 정해야겠다 생각했다. 어쩌면 제 생각으로만으로 채워지는 욕망표출용 블로그가 아니라, 나름대로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개인적 소망이 투영 된 것 같기도.. 쉽게 말해 이건 내 삶의 모토가 된 짧은 문장이고, 앞으로도 이걸 담고 살고 싶어 블로그 제목으로 정하게 되었다. 힌두교 사원의 이야기는 어학연수 생활 이야기 중 틈틈히 다룰 예정!

posted by 노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