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가기 위한 모든 준비는 미국비자가 80%이상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일정을 굉장히 빡빡하게 잡아가면서 비자를 얻어냈고,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어학원에 등록신청을 완료했을 때가 아마 4월 중순이었을 것이다. 회사를 마무리하고 5월달이 되서야 내가 뒤늦게 시작했던 것은 사실 남들이 반년 정도 전에 미리 다 하는 일이었다.  




1. '와~ 좋겠다. 미국은 언제 가는데? 3달뒤?' '아니 10일 뒤..'



그 당시 가장 자주 연락을 하던 지인들부터 4월 중순 모든 업무가 끝마치고 난 후 천천히 이야기 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이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더이상 어학연수가 대단한 사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 또래나이에서 비교적 흔히 일어나며, 각종 소셜채널과 카톡 덕분에 해외에서 국내로 연락하는 건 더이상 문제가 아니었기에 그저 반년에서 1년정도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것만 아쉬운 일이라고 느껴왔다. 그렇기에 꼭 만나야만 하는 사람들의 리스트를 정리하고, 몇개의 집단으로 요약한 후 나름대로 송별회 약속을 잡은 다음에 한창 무르익은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는 방식으로 5월을 보냈다. 출국 준비 다이어리에는 내 인맥 리스트가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24년간의 인생의 가치가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정리되는 순간이었다. 



고마운 사람들 이었다. 대학교에 들어간 2009년부터 지금까지 너무나도 정신없에 보낸 턱에 모든 사람들에게 많은 애정을 쏟아주지 못했었음에도, 덤덤할 거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누군가는 기겁을 했고, 화를 내기도 했으며 자신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은 점에 대해 서운해 하기도 하는 둥 다양한 감정표현을 내게 내비쳤다.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된 사람들도 있었고, 이 사람에겐 조금 더 일찍 말해줄 걸 하는 생각을 들게 한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미국에서 별짓을 다 하며 살게 된 것도 이 때 받은 새로운 에너지 덕은 아니었을까 싶다.



계획했던 송별회들이 모두 끝나고, 페이스북의 모든 지인들에게도 마침내 내 출국 사실을 공개했다. 

그때가 출국 일주일 전이었다.







2. 7일간의 시간들, 그리고.



2012년 한국에서의 마지막 일주일은 집에서 조용히 보냈다. 짐은 2주전부터 미리 싸놓은지 오래였고, 개인사정으로 만나지 못했던 몇 지인들 중 꼭 만나달라며 사정사정 하는 애들, 또는 동네 친구들만 조심스럽게 만났다. 집에선 쉬면서 틈틈히 공부를 했다. (그때 공부해 놓은 Grammar In Use는 미국에 가서 엄청난 빛을 발하게 되었다) 



수업 시작일은 6/4였고, 내 출국일은 5월 29일이었다. 중고 전자사전을 구입했고,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정보를 계속해서 누적해갔다. 거의 일주일정도 되는 시간을 앞당긴 이유는 시차 및 환경 적응, 여행.. 뭐 다양한 이유였다. 공부에 방해되는 행동은 일주일전에 모두 끝내고 싶기도 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그 일주일을 위한 샌프란시스코 여행가이드북을 샀고, 일주일동안 꼭 가봐야 하는 곳에 대해 미리 지도를 인쇄하고, 설레이고 불안한 마음은 매일 밤 잠들기 직전에 다이어리에 꾸역꾸역 집어넣고 있었다. 




동대문 시장의 명물 씨앗호떡




4일 전에는 오랫만에 혼자 밖으로 나와 동대문 시장에 들렸다. 미국에서 만날 사람들을 위한 기념품을 사야 한다, 혹은 살 필요가 없다에 대한 논란은 어학연수를 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제법 많이 회자되는 소소한 주제 중 하나인데.. 정말 못생긴 열쇠고리만 싸게 대량으로 파는 가게들중에서 고민하다 결국 정말 소중한 사람 2명을 위한 제법 괜찮은 기념품 2개를 샀다. 정말 아끼다 줘야지 하고 간직하던 이 선물은 미국 도착 후 첫 달이자 단 한 달 머문 홈스테이 노부부에게 모두 줘버리고 만다. 그때 이야기는 나중에 천천히 다룰 예정.







그리고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필름카메라를 수리받기 위해 보고사에 들렸다. 필름 끼우는 부분이 헐렁해졌는지 자꾸 빠지길래 왔는데 별문제 아니라며 끄적거리시더니 5분만에 고쳐 주셨고, 렌즈 세척에 건전지 2개도 무료로 주셨다. 2시간을 기다린 보람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너무 순식간에 끝내셔서 허무할 정도였다. 지금도 잘 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저씨!








posted by 노닝